짧은 머리
졸다가 눈을 떠보니 머리가 짧아진 혜원이 눈앞에 있었다.
몰래 읽은 혜원의 일기에서, 혜원이 전해준 혜원이 오래 전에 쓴 글에서 몇 년 전의 혜원을 만난다. 거기에 내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한 혜원이 있다.
그 시절 혜원이 두려워 한 것은 이별이었을까. 모르지. 어쩌면 더는 진심으로 사랑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, 혜원을 계속되는 우연 속에 있게 한 것인지도. 그 우연의 끝에 있는 게 나인지 그건 모르겠지만, 나는 혜원을 많이 사랑하고 있다.
졸린 내 눈앞에 나타난 혜원도 내가 처음 보는 머리가 짧은 혜원이다. 뒤통수를 하염없이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예쁜 혜원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