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원
나는 창원이 대구 옆에 있는 줄 알았어. 그런데 부산 옆에 있었네. 사실은 어색한 순간이 올 때마다 나는 여보 등 뒤에 숨고 싶었다. 어른인 척하느라 혼났다.
나는 여보가 창원에서 잡은 숙소가 마음에 들어. 내 생에 그렇게 넓은 숙소는 제주도로 가족 여행을 가서 묵었던 리조트 말고는 없었어. 샤워기가 두 대 놓인 욕실은 처음이었어. 작은 목욕탕 같았지.
또 창원에 대해 할 말이 있을까. 창원은 대구보다 부산이랑 가깝네. 내가 태어난 곳, 부산. 언젠가는 여보랑 부산에도 갈 수 있을까. 거기엔 여보를 만나기 전의 내가 있을지. 왜 나는 종종 옛날의 나를 여보에게 보여주고 싶을까. 그 시절 못 받은 위로와 사랑을 지금 받고 싶은 건지?
창원에 대해 계속 쓰고 싶다. 창원에서 우린 나란히 누워서 연애 프로그램을 봤지. 우리가 저기에 나갔다면 나는 여보에게 말걸 수 있었을까. 나는 막 센척하면서, 티브이 속 사람들을 다 이긴 것처럼 했지만…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여보를 멀리서 지켜보며 짝사랑하는 음침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…
내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창원에서 KTX를 타고 돌아와 광명역에 내렸을 때였네. 집으로 가려는데 대중교통으론 한 시간이 넘게 걸려서… 택시를 타기로 하고, 택시를 타러 가는 길… 경기도로 가는 택시를 잡아서 반대편으로 가야한다는 말을 들었지. 긴 통로를 지나 우리는 반대편으로 가네. 덥고, 땀이 나고. 내가 든 가방은 무겁고. 우리는 걸어가네. 우리는 아까 KTX 안에서 혼인신고가 수리되었다는 문자를 받고. 우리는 가야할 곳도 갈 수 있는 곳도 많은 커플이네. 끝내 우리가 간 곳보다 가지 못한 곳이 더 많겠지만.
우리는 같이 가고 있다.